87176_25529_2651.jpg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의 행보에 온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서 특집으로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먼저 개신교 목사이지만 환영한다.

“환영한다”는 말만으로도 우리 개신교 진영에서 몰매를 맞을 수 있다. 가톨릭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로 인한 한일관계 개선이나, 남북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우리의 염원을 성사시켜 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환영이다.

사실 즐거운 환영보다 고통스러운 환영이다. 정의와 겸손과 사랑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교황칭찬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마치 명량대첩을 앞둔 조선의 대다수 수군들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는 듯한 개신교 진영의 윙윙거림 때문이다. 극단적인 분들의 우려스러운 행동이 도리어 우리 처지의 빈궁함을 표출할까 걱정이 든다.

저들의 호들갑에 굳이 우리가 장단 맞출 필요가 있는가? 반대성명이나 집회가 국민들에게 주는 인상은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고착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개신교는 교황은 없어도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 그리스도의 왕권을 교황권보다 우위에 두고 성경의 권위를 교회 전통보다 최고의 자리에 두며, 구원에 있어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 것임을 천명한 종교개혁의 위대한 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개신교의 고귀한 진리라면 그 진리의 힘을 믿어야 한다.

교회는 조직이 아니라 진리의 기둥과 터이다. 가톨릭교회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교회와 거리가 멀다. 교황교회이다. 성경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성경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그들이다. 더욱이 성경을 임의대로 뜯어고치는 무례함(2계명을 없애고 열 번째 계명을 둘로 나눠 십계명을 새로 만들었음)을 가지고 세상을 호령하려는 권세는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피할 수 있을까?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방한이 개신교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개혁해야 할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개신교가 교황의 방문으로 성도를 빼앗길까 염려스럽다면 그간 오직 교세 확장의 논리에 춤추어온 지난 한 세대의 성과가 모래성 쌓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종교개혁의 탁월한 유산을 더욱 갈고 닦으면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그리고 진리에 걸맞은 인품을 지닌 지도자들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교황의 행보가 일종의 쇼라고 폄훼한다고 치더라도 대중에게 어필이 되고 있는 것은 종교지도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 때문이다. 개신교의 대형교회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스스로 청빈한 삶을 살고 정의와 화합과 사랑실천에 앞장서 왔다면, 개신교인들만 아니라 불신자들에게도 자부심과 긍지와 경외감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필자부터 세속주의와 인본주의 물량주의 및 개교회주의에 물든 것들을 다 벗어던져야 한다. 그리고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애를 사랑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주님의 노예들로 돌아가자. 거짓 가르침으로 눈먼 자들에게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비추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해야 한다. 교황만 있고 그리스도는 보이지 아니하는 것은 세상 정의와 선행은 될지 몰라도 그리스도의 복음은 아니다. 오직 그리스도만 존귀케 되어야 한다. 성직자의 삶이 평신도의 복음이어야 함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그리스도인들이어야 한다. 죽어가는 시대에 살아있는 진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