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위기, 관리에 따라 축복도 불행도 될 수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시스템 필요성 본격 제기” 

▲한국위기관리재단(KCMS)의 첫번째 위기관리 세미나가 25일 서울 노량진교회 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신태진 기자
한 국위기관리재단(KCMS)이 25일 서울 노량진교회 기념관에서 ‘선교사 개발NGO 위기관리 세미나’를 열고, 선교와 개발NGO 현장의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역을 위해 해외에서 겪게 되는 위기 사례들을 알아보는 한편, 해결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KCMS는 “해외에서의 위기 상황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개별 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양적인 성장과 함께 성숙한 사역을 위해서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현장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그동안 수집하고 분석한 위기 사례들을 진단하고 대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번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작년 12월 창립된 KCMS의 첫 세미나인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문화관광부의 공동 지원을 통해, 사역 현장의 위기 사례들을 다양한 방향으로 진단해볼 수 있도록 단체 위기관리(GMS 김정한 목사), 국제개발협력(정미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세계지역연구소 연구 교수), 선교 상담(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 이경애 대표), 법률(법무법인 로고스 심동섭 변호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청됐다.

먼저 김정한 목사는 ‘사역 현장의 상황적 위기들’을 주제로 한 강의를 통해, 위기 사례들 가운데서도 상황적(Situational) 위기들을 분류 제시하고 각 위기별 실제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예외적이고 예측이 불가한, 즉 급격한 상황 변화로부터 오는 위기인 상황적 위기에는 크게 국가의 정치적 위기(폭동, 시위, 데모, 비상사태 선포 등), 테러, 추방, 내전, 사고(강도, 납치, 교통사고 등), 질병, 자연재해가 있다.

현재 GMS는 100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 중 제한 접근 지역에 속한 국가 수는 40여 개국 이상이다. 김 목사는 “이런 국가들은 기독교 활동에 제한을 하고 있어 선교사들이 정신적, 영적, 육적으로 위축되기 쉬우며, 또 대부분이 경제 개발도상국 혹은 빈곤 국가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적 위기들이 발생하기 쉽다”며, 따라서 이들 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경애 대표는 ‘사역자의 내적·영적인 위기들’에 대해 다뤘다. 12년간 선교사 상담 사역을 해 온 이 대표는 “선교사들의 주된 상담 이유가 심리적, 정서적 고통”이라며 “이러한 고통이 점차 내적 상처, 완벽성, 죄책감, 책임감, 외로움, 우울, 탈진, 자녀 교육, 돈 사용, 인터넷 중독, 중년 위기, 영성 유지 문제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러한 영적이고 인격적인 문제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내면의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지 못하거나 무지해 상황이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선교사 스스로가 이러한 내면의 문제들을 잘 알고, 인정하며 관리할 수 있어 위기의 바다에 침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선교사들을 대할 때는 “이들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위기의 내적, 현실적, 영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정미경 교수는 ‘개발 현장의 위기 상황들’이란 주제의 강의에서 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기들은 대부분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개발 현장 활동가들이 ‘개발 원조는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답과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사명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위기에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동섭 변호사는 ‘선교사와 법률’ 강의를 통해, 사역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인들의 낮은 법 의식을 들었다. 그는 “‘법 없는 사회’에 대한 이상적 생각이 선교 현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법적 검토 없이 선교 관련 프로젝트를 시행하다가 낭패를 당하거나 선교사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법을 지키는 것 자체가 선교라는 인식을 가지고 현지법이 악법일 경우에는 현지 법률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그들로 하여금 투쟁하게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위기관리 근간에는 ‘선한 청지기 의식’ 있어야
개인적·단체적 아닌 전체적 관리 시스템 시급


▲‘사역자의 위기관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KCMS 김진대 사무총장. ⓒ신태진 기자
전 문 분야 사례 발표에 이어 ‘사역자 위기관리’를 주제로 강의한 김진대 KCMS 사무총장은 “위기는 항상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완전히 제거도 힘들다”며 “그렇지만 이같은 위기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관리를 해 주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러한 위기관리는 개인적 또는 단체적 차원에서는 미봉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에 전체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전체적 위기관리 시스템 없이 개인별·단체별로 위기관리에 나서 실패하는 주 원인으로, 지연되거나 부적절한 초기 대응과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여, 지나치게 빠르거나 잘못된 정보들로 인한 그릇된 결정 등을 꼽은 그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물론, 선교단체와 파송 교회들이 위기관리 교육과 다양한 위기에 미리 대비하며, 범교단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전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위기는 관리하기에 따라 축복도 불행도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령 충만한 동시에 합리적인 선한 청지기로서의 위기 관리자의 직분을 잘 감당하자”고 전했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효과적인 위기관리를 위해서 핵심적인 위기관리 정책 모델도 제시됐다. 국제 위기관리 자문단체인 CCI의 제안을 기초로 한국해외선교회(GMF)가 한국적인 위기관리 정책으로 수정 보완해 정립한 내용을 GMF 위기관리원장이자 KCMS 자문위원인 도문갑 목사가 소개했다.

도 목사는 “위기관리 정책이 있어야 이에 기초해 실천적인 위기관리를 위한 모든 비상 계획과 행동 지침이 나올 수 있다”며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정책들로 ▲위기의 예측 ▲위기관리 기능의 조직 ▲비상 계획 ▲위기시 보고 체계 ▲위기에 대한 교육과 훈련 ▲비상금과 위기 기금,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들로는 ▲철수 ▲납치와 인질 ▲위기시 정보의 관리, 위기 후 관리를 위한 정책들로는 ▲멤버 케어 ▲평가 작업과 관리 체제의 보완의 정책의 큰 골격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가상 위기관리 워크샵이 개최돼 참석한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위기관리를 체험하는 시간이 됐다.

한 국위기관리재단은 2007년 아프간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KWMA에서 시작한 선교사 위기관리 업무를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감당하기 위해 작년 12월 창립된 위기관리 전문 NGO이며, 평시에는 위기관리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각 단체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위기시에는 컨설팅과 인프라 지원을 통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태 관련자들의 조속한 사역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